젊은 ADHD의 슬픔
정지음 에세이
2022년 새해를 맞이하여 완독프로젝트를 부단히 열심히 노력중이다
17일인 오늘 벌써 완독한 책4권과 2권은 진행중..
더 뿌듯한건 예전엔 읽다가 체크해놓은 부분을 다시 볼 여력이나 기회가 없었는데
블로그를 하는 덕에 정리도 하면서 한번 읽은 책을
완전히 내것으로 흡수할 수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오늘 리뷰할 책은 정지음 작가의 젊은ADHD의 슬픔 이다.
화려한 표지의 색채와 귀여운 캐릭터
무엇보다 우리가 쉽게 산만한 사람들에게
혹은 그런 상태인 본인에게 농담 혹은 진담섞인 말로
ADHD아니야? 하는 그 익숙한 단어에 대해
더 알고 싶었고,
또 집중력이 물고기와 다를 바 없는 나를 비롯한
현대인들은 모두 ADHD가 아닐까 하는
의심과 호기심에 책을 펼쳐 보았다.
<서로의 고통을 마모시키며 둥글어지기를> 프롤로그 제목부터 작가님의 유니크한 글솜씨에 반해버렸다.
늘 고통 속에 사는 사람들은 저 한구절의 표현이 얼마나
쿵 하고 사람을 갑작스럽게 위로하는 지 알 것이다.
그런 표현은 또한 겪어본 사람에게서만 나올 수 있겠지.
희망이 옅어질 때마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고 싶었다. 작가가 한국의 미혼 여성에 ADHD이고, 자기애로 가는 걸음마 중이라면 더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없었다. 세상에는 ‘네가 무엇이든 소중하고 아름답다’라는 식의 낙관이 유행했지만 내게 적합한 안심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혼자 울던 사람은 쉽게 웃는 방법을 경계하게 되는 모양이었다. 실제로 난 괜찮지 않았고, 몇 년째 도망다니며 그저 삶은 유예하는 중이었다. (10P)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도 글을 쓰고 싶은 이유가세상에 나 같은 사람 또 있다면 그 사람이 쓴 글을 읽고 위로받고 용기얻고 싶었은데 없으니까.근데 이분은 그걸 해냈구나 싶었다. 덕분에 조금 다르지만 늘 흔들리고 불안한 젊은 한국의 미혼 여성으로서과몰입하면서 위로받고 오랜만에 마음이 찡해지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나니까! 하고 잘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
P.22
이건 ADHD에 대한 가장 큰 오해와도 상통하는데, 사실 ADHD 환자는 어떤 일에도 집중을 못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만 과몰입하는 사람을 말한다. 흥미가 없으면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반대로 흥미도가 높다면? 당연히 과하게 집중한다. 그래서 나의 과몰입은 때로 애먼 집착처럼 보인다. 몰입의 기준이 오로지 자신의 호불호지만, 자신조차 멈추지 못한다.
P.31
가끔 슬픈데도 잡생각을 한다는 것 때문에 슬픔의 진위를 의심하게 되었다. 너무나 궁금해 한달음에 달려온 병원이면서, 진료 자체를 지루해하는 내가 남처럼 낯설었다.
P.33
사람들이 초라한 나를 알아챌까 두려웠다. 하지만 나를 가장 움추러들게 하는 건 역시, 나 자신의 시선이었다. 나는 정신과 환자가 된 내가 낯설고 징그러웠다. 그래서 얼마동안 나를 버렸다. 나를 버리는 일은 너무 쉬웠고, 그 당시 나의 최선이었다.
너무 공감이 된 부분들이다. 우울증과 비슷하게 ADHD도 심하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낮게 깔려서 존재하기라도 하는 걸까? 좋아하는 것에 과몰입해 책임져야할 것들을 잃어버리거나, 슬프고 진지해야하는 상황이고 그래야 함에도 나의 슬픔과 고뇌와 다른 생각들이 공존하곤 하고, 나 자신은 길에 함부러 버리지 못하는 작은 쓰레기보다도 못하게
쉽게 쉽게 버리는 내모습. 그리고 억겁의 진공상태에 둥둥 떠 있는 듯하다는 저 표현.
저 표현을 보고 몇년동안 내가 앓고 있던 어떤 기분을 형태가 있는 것으로 마주한 기분이었다.
내가 나같지 않고 시간만 크게 점프하고 있다는 생각에
상담을 받아본 적도 있었는데, 상담자체에 집중도 못하거니와 상담사를 의심하고
상담하는 시간동안 진중하기 못하고 자꾸만 다른 소리를 하던 내모습도 떠올랐다.
특히 나는 PMDD라는 PMS증후군 중 감정기복이 심해지는 증상이 심한편인데
작년 여름엔 그 증세가 너무 심해져서 정신과에도 처음 가봤다.
그때도 나의 상태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억지로 밝게 쓸데 없는 말만 해대는 나를 보고 그냥 스스로를 포기하기도 했었다.
그나마 받아온 우울증 약도 먹으면 달라지는 기분에 한알 먹고
거부하다시피 방안 어딘가로 숨겨버렸다.
공동생활에서 끊기는 건 늘 나의 인내심뿐이었다. 그러다 보면 인간관계도 끊기게 되니까 나는 혼자 사는 게 나았다. 실제로 혼자 살고 있는 지금 부모님과 자매들을 훨씬 더 사랑하게 되었다. 그들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들을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현실이 변했다. 어떤 사랑은 거리감에서 온다는 걸, 아니 거리감에서만 온다는 걸 독립으로 배운 셈이다 (P.86)
작가님 책 내내 본인은 글 못쓴다고 재능이 없다고 하시는데 이렇게 중간중간에 심장을 어택하는
엄청난 통찰을 주기도 하셨다.
에세이가 아닌 소설을 내신다면 꼭 사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문장이란게 어쩌면 사는거랑 같아서 정석대로만 가면 중간은 가겠지만
마음에 남거나 기억에 남지 않는데
내 방식대로 약간의 고집을 부려서 가다보면
그냥 그 자체의 끌림이나 느낌때문에 오로지 사로잡힐 수 있는 것 같다.
P.58
“좋아질거야. 왜냐하면 난 사실 지금이 싫거든. 오늘이 최고로 나쁘다면 내일이 이보다 최악일 수 없다는 뜻이잖아. 근데 아직도 최상급의 최악이 있으면 어떡하지? 낄낄낄.”
P.187
제가 얼마 전 받은 메세지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요. 갈팡질팡하는 제게 한 친구가 “네 삶의 어떤 순간들은 누구나 살아보고 싶을 만큼 찬란했을 것”이라는 말을 해 줬거든요. 처음엔 내 삶이 ‘찬란하다’라는 형용사와 연결될 수나 있는 건가 의문이었고, 조금 망연했고, 마지막엔 울 것 같은 기분이 되었어요. 이런 느낌이 감동이라는 거겠죠? 저의 모자란 문장들도 여러분께 같은 마음을 드릴 수 있다면 참 좋겠어요.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위로하는 사람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저는 유명세와 상관없이 성공한 작가일 거예요.
성공하셨네요.........................(우는 중)
P.219 <우울증 약보다 글쓰기를 더 믿어서>
사실 나는 먹고살기 바쁘고 작문 실력도 별로다. 그럼에도 글을 쓰는 이유는, 글쓰기의 배설작용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밥을 먹고 나서 용변을 보는 것처럼 마음에도 배출구가 필요하다. 음식물 처리는 장기들이 알아서 한다지만, 마음이란 비워 주지 않으면 고일 뿐이니 정신적 배설이 시급하다.
ADHA 진단 후, 너무 충격을 받아 내게 쏟아지는 타인의 피드백을 전부 수용하려 들었다.
평판 수집가처럼 굴면서 시분초 단위로 뭔가를 개선하려 했다.
하지만 나의 가장 큰 실수는 ADHD가 아닌 모든 인류를 정상인으로 분류했다는 것이다.
단지 ADHD가 아닐 뿐 다들 제각기 미쳐 있는 세상이다.
누가 누구에게 충고하고, 누가 누구를 구원할 수 있을까? 이
럴 땐 우리의 주특기인 ‘잊기’와 ‘관심 끄기’를 사용해 안전해지자.
일단 안전해야 행복도 있으니 말이다.
나는 나 자신의 변호사 임을 기억한다.
솔직하게 내 잘못이 맞을 때도 너무 심한 벌을 주면 안된다. 자기 자신조차 스스로의 편이 아닐 때, 100명의 남이 돌아선 것보다 더 외로워진다. 그 느낌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이 처량하고 쓸쓸하다. 내가 잘못했을 수 있다. 그래도 내가 세상에서 완전히 버려져야 하는 건 아니니까, 좀 꾸짖은 후엔 살그머니 내 편을 들어주기로 하자.
내 또래 여성의 글이라 그런지 더많이 공감되고 더 섬세하게
나의 지난날들을 돌아볼 수 있었다.
이전의 날들은 내가 잘해도 못해도 늘 채찍질하고
들어보고 들여다 보기도 전에
쉽게 판단내리고 넘어가기 일수였는데
이제 그런 척은 그만하고 정말로 나와 친하게,
잘 지내보고 싶고 나를 정말로 내가 지켜주고 싶다.
그리고 나도 정지음작가님처럼
나와 비슷한 누군가를 위해 꼭 나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고 싶다.
그래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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